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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회고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너무 늦게 쓰게 되었네요. 바로 토스 프론트엔드 Accelerator 1기 멘토링 회고! 6월 말의 지원과 합격, 그리고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4주간 멘토링을 진행했어요. 멘토링을 마친 지도 벌써 2달이 넘었고, 더 휘발되기 전에 이제는 써보려 해요. 프론트엔드, 그리고 토스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잘 닿을 수 있길 바랄게요.
저는 길게 쓸 거라는 점 미리 밝힐게요. 이 글은 누군가를 위한 타인의 경험 기록이기에 앞서 제 개발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쳤던 한 경험의 시작과 끝을 적는 거거든요. 기억하는 모든 순간의 상황과 감정을 다루려하니 누군가 읽으신다면 브이로그를 텍스트로 본다고 생각하시고 느림의 미학을 즐겨주시기 바라요.
지원
근데 이제 망설임을 곁들인
토스 프론트엔드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술 깊이와 영향력을 가진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에요. 그만큼 많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에게 토스는 금융 혁신 기업의 이미지에 앞서 개발 회사의 이미지가 자리 잡혀 있어요. 그런데 토스 프론트엔드에서 멘토링을 진행을 한다네요. 그것도 토스 현업 프론트엔드 리드급 개발자분들과 그룹을 이뤄 멘토링을 진행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걸고서 말이죠. 제가 커리어리에서 팔로잉하고 있던 셀럽 시니어 분들도 이 소식을 전하는 리포스트를 해주셨어요.


인기는 엄청났어요. 회사 내에서 대상이 되는 저연차 프론트엔드 동료 개발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어요. 회사 업무를 마치고 회사 회의실에서 같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도 했으니 말이죠. 개인적으로 취업준비생일 때부터 들어가있던 프론트 개발자 오픈채팅에서도 많은 관심으로 글이 올라는 걸 보며 모집에 응하는 인기가 대단함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모집 공고를 살펴보면 멘토 1명당 멘티 3명의 안내가 있었고, 멘토는 총 5분이셨어요. 그러면...? 총 15명을 뽑는다는 얘기가 되죠. 팍 식더라고요. 솔직히 지원을 많이 망설였어요. '내가 되겠어?' 라는 생각이 컸거든요. 전국에 쟁쟁한 3년차 이하 프론트엔드 개발자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지원 마감 1시간 전까지도 자기소개서는 텅텅 빈 상태였어요. 회사와 개인 일로 바쁜 상태였고, 회사든 프로그램이든 어딘가에 '진심으로' 지원하는 건 많은 시간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니까요.
지원만 해도 테스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저는 지원했어요. 멘티 선발 과정을 살펴보면 한 글자라도 써서 지원을 해야 했던 이유가 나와요.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테스트 참여의 기회가 부여돼요. 이 한 문장이 저를 지원으로 이끌었어요.
저는 예전부터 경험했던 토스의 채용 과정에서 코딩테스트와 과제 테스트들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단순 지식의 판단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문제들도 많이 다뤄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개발 지식과 실무 능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방식이라 좋았어요. 내 수준을 객관적인 지표로 짚어볼 수 있었고, 실력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성장감을 얻을 기회로 삼기도 했죠. 그래서 이번에도 지원을 해보기로 결심했어요. 마감 1시간 전에.
자기소개서를 대하는 자세
어차피 지원만 하면 테스트를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마음 편히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일단 쓰고 내기만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최종 합격까지는 제 예상에 없었거든요. 아무튼 질문은 총 10개 항목이었어요. 그 중에 조금 생각이 필요해서 제 노션에 따로 정리한 질문들을 나열해볼게요. 어차피 공개된 질문이었으니 적어볼게요.
4. “잘 하는 개발자”란 어떤 역량을 가진 개발자일까요? (최대 100자)
> 지원자님이 생각하시는 바를 알려주세요.
5. 잘 하는 개발자의 모습이 10점이라면, 지원자님은 몇 점에 도달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6. 10점 이하의 점수를 선택하셨다면, 점수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알려주세요.
> 작은 액션이라도 좋아요. 최근 6개월 이내 시도하거나 노력하신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작성해 주세요.
7.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어떤 접근 방식을 사용하시나요? 그 접근 방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했던 사례를 설명해주세요.
8. 실패하셨던 경험을 한가지 소개해 주세요.
9.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협업 과정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제안했던 경험을 소개해 주세요.
지금 봐도 간단한 질문은 아니었어요. 팀원들이 다같이 자기소개서를 쓰자고 사이트를 공유하고 처음 질문들을 봤을 때, 조금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저는 이 모든 항목을 조금이라도 써서 제출해야 했어요. 1시간 안에.
불떨어진 키보드
저는 1시간동안 꽤나 구조화된 글을 작성하는 데에 성공했어요. 단순히 테스트를 위해 대충 쓴 글의 퀄리티가 아니라, 정말 회사에 지원해도 될 정도의 퀄리티가 나왔어요. 소제목으로 적당하게 구분된 문단들과 결론과 두괄식 주제를 가진 그런 글이요. 글을 쓰는 지금 다시 글자수를 확인해보니, 공백 포함 4,100자, 공백 제외 3,100자의 글을 썼어요.
저도 이 정도 짧은 시간동안 이 정도 양과 질을 가진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은근히 머릿속으로 항목에 대해 제가 구체화할 소재들을 정해놓았던 것 같아요. 질문은 이전부터 봤으니까요. 만약 1시간 전에 처음 질문을 봤다면 이렇게 하진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튼 그렇게 마감을 1분 남기고 제출할 수 있었어요. 웃긴 건 맞춤법을 검토하지 않고 제출한 첫 자기소개서였다는 거에요..ㅎㅎ😅😅 한 항목을 10분만에 뽑아내야 해서 주제와 구조 설계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검토하지는 못했지만 평소 맞춤법은 잘 지켜서 써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온라인 테스트를 보다
코딩테스트를 토스 어플로?

코딩 테스트는 토스 어플로 본다고 하네요. 평소엔 입출금 은행 업무나 토스 증권의 주식 거래를 위해 토스 어플을 사용했는데, 이걸 코딩테스트 용도로 사용해보는 경험은 정말 신선했어요. 어플도 어플인데, 손가락으로 코딩테스트를 깔짝깔짝 해도 되나 싶더라고요. 이마저도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역시 토스는 토스다
모든 문제는 객관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라는 내용이 있었어요. 객관식이라 보기를 보며 편하게 문제를 풀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각이 되고 들어가서 마주한 문제들은 마냥 쉽지 않았어요. 문제의 유형과 종류는 보안 이슈가 있을 수 있어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평소에 개발하면서 많이 접했음에도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어려울만한 요소들도 많았고, 개발 경험만으로는 모를만한 지식적인 부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간의 개발 경험과 눈치코치로 풀었고, 부족한 시간에 쫓기듯이 문제 풀이를 마쳤어요.
이게 되네

전국에서 많이 지원한만큼 첫 관문인 코딩테스트가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 분명했어요. 저로서는 성실히 풀었지만 답이라고 확신하고 선택한 게 아닌 질문들도 많다보니 통과가 불투명했고, 객관식 문제 재미있게 봤다~ 하는 마음으로 큰 기대 없이 편안하게 있었어요. 그러던 중 회사에서 합격 메일을 받았어요. 주변에서 저만 합격해서 떨떠름했어요. 이제 1:1 캐주얼챗까지 왔으면 승산이 있으니 잘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캐주얼 챗
그런데 뭘 준비해야 하지?
안내 메일에서처럼 직무 경험, 일에 대한 가치관에 대한 대화를 한다고 하니,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걸 이야기하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토스에 대한 로얄티를 많이 보게 될 것 같아서 토스 사용 경험들 위주로 정리를 간단히 했고, 무엇보다 제가 지원한 accelerator에 대해 커리큘럼과 참여 동기를 정확히 하기 위해 정리를 했어요. 객관식 문제에서 기억에 남는 문제들이나 지식들은 다시 한 번 찾아봤고 관련 배경지식들도 조금 더 검토해보며 준비했어요.
긴장되는 화상면접

안내 메일을 받았고, 구글 미트로 진행이 되는 모양이었어요. 다만 시간이 오후 4시 30분이라 애매했는데, 팀 리더한테 사정을 이야기하고 당일에 회사 회의실을 잠시 예약해 참여했어요. 다른 회사 채용 면접도 아니라 성장을 위한 것들이라 저희 리더는 이해해주셨어요. 회의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마치 회사 입사과정에서 화상면접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느낌이더라고요. 이직을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엄청 떨리고 초조했어요. 저는 시간을 꽉꽉 채워서 인터뷰를 마쳤어요. 막상 끝나니 내 손을 떠났다는 생각에 합불을 떠나 후련함을 느꼈어요.
합격
이게 되네

합격을 했다고 합니다. 정말 기대 없이 시작해서 점점 절차를 밟을수록 기대를 하게 되더니 합격했다니 정말 짜릿하더군요. 정말 신기한 건, 함께 책 스터디를 하고 있는 팀원분들도 다함께 합격해서 저를 포함해 총 4명이 합격했어요. 그래서 조금 의문을 가졌어요. 전국에서 15명을 뽑는데 함께 아는 사람만 4명이라니. 이건 뭔가 이상하다고. (다행히도 다들 그냥 잘 통과를 한 거였더라고요. 다들 괴물 실력자들이에요.)
역시 일 잘하는 토스

합격 소식을 전한지 이틀 차인 토요일, 멘토링 첫 주차까지 해가야 하는 과제 노션이 메일로 도착했어요. 역시.. 정말 체계적이면서 사소한 걸 놓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토스 next처럼 notion에 구현해야 하는 내용과 default 코드가 있었어요.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github에서 private repository를 파서 개발을 진행하고, toss측 계정을 collaborator로 초대하여 코드를 계속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어요. 구현 사항에 대한 테스트코드도 있던 터라 과제 테스트를 하듯이 즐겁게 구현했어요.
멘토링 과정
진행 과정에서 기억에 남으면서 글을 써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만 기록으로 남겨볼게요.
그룹 구성이 어떻게

먼저 저희 멘토님을 소개할게요. 온화하고 부드러운 저희 최경철 멘토님은 멘토 소개에서부터 '정답이 있다'보다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함께 고민하는 것을 선호하시는, 제가 좋아하는 개발자 상을 가진 멘토님이세요. 토스 모닥불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에서의 테스트 자동화 관련 영상에 출연하신 업계의 셀럽이시지만, 정작 멘토님 본인은 조용히 살고 싶어하시는 내향형 멘토님이세요.
그런데, 멘토님의 세 멘티는 공교롭게도 모두 같은 책 스터디를 하고 있는 4명 중 3명이 되었어요. 그래서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나 싶더라고요. 모두 친하게 시작해서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좋겠다 싶은 것도 맞았지만, 다른 사람들이랑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네트워킹을 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라 좋은 면과 아쉬운 면을 모두 가진 팀 배정이었어요.
첫 주 세션 때부터 멘토님께 바로 저희의 사이를 말씀드렸고, 멘토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모두가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제가 소외감이 드네요."(각색)
이거 왜 안 되냐
사전 과제를 받아서 진행하면서 제일 당황했던 순간이에요. 서비스 UI나 플로우는 잘 되는데, 테스트 코드가 통과를 하지 못하는 오류였어요. 저는 테스트를 현업이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써보지 않아서 내가 뭔가 잘못했겠지 하면서 계속 고민을 했거든요. 그런데 알고보니 과제 파일의 jest 라이브러리와 fetching하는 라이브러리의 버전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오류라던가 설정이 안 맞아서 발생하는 오류들이었어요.
테스트 터미널 에러 메시지들에 관련 가이드들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빨간 에러 로그에 눈이 돌아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인이 해결책을 찾아서 공유해주셨고 문제를 해결한 뒤 관련된 트러블 슈팅을 풀 리퀘스트에 적기도 했어요. 멘토링 시간에 이 부분에 대해서 수정을 해보라는 의도된 코드인지 여쭤봤는데, 일부는 맞고 일부는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정말 당황스러운 순간으로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빨간 에러 로그라도 자세히 보자는 교훈을 남기기도 했어요. 어쩌면 힌트를 던지고 있을지도 모르니)


하나하나 도움이 되는 커리큘럼

하지만 쉽지 않았다
각 주차마다 다루는 주제들은 정말 저한테 많은 인사이트를 줬어요. 우선 처음부터 테스트 코드가 있고, 잘 되지 않는 테스트를 고치며 테스트에 대한 관점들을 많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요, 관심사나 비동기 처리, 그리고 UX를 위한 노력들, 에러 처리들. 갖가지 주제들이 4주동안 쏟아져 나왔어요. 저는 사실 에러 처리라던지 비동기 처리라던지, 그리고 UX를 고려한 디테일한 개발이라던지.. 이런 것들을 현업에서 그리 취급을 하지도 않고 저 역시 우선순위에서 많이 미뤄두던 요소들이라 이번 멘토링 미션은 쉽지 않았어요. 저한테 생소해서 많이 알아보고 챌린지를 해야 했거든요.
멘토링의 효과가 벌써
그런데 이번 멘토링을 모두 마치면서 제가 현업에서 짜는 코드들에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 관심사끼리 코드를 나누게 되었다.
- 코드에 대해 합리적 근거를 기반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 왜 내 코드가 이런 모양이 되었는지
- 어떤 의도로 작성을 했는지
- 우아한 비동기와 에러 처리에 대한 노하우들을 현업에도 적용하게 되었다.
- 멘토링 과정에서 접하면서 필요성과 효용을 느끼게 되었다.
- B2B라고 디테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이런 변화들로 팀원들에게 "승훈님 요새 폼 장난 아니다"라는 피드백을 들었을 때, 저는 너무 기뻤어요😭😭
인사이트와 연쇄 작용
멘토님께서는 이 커리큘럼의 각 주제들로 시작해서 많은 고민을 거치면 개발에 대한 실력도, 인사이트도 많이 늘 것이라 말씀하셨어요. 긴 시간이 흐른 게 아닌데도 저는 이 점들을 생각하며 개발을 하며 주변으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고, 이게 연쇄 작용으로 이어져 더 공부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정말 도움이 되는 커리큘럼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다들 어떻게 이렇게 잘하는지
이번 멘토링은 사제 관계가 아니라 멘티끼리 서로 코드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하고, 멘토님도 피드백을 주시며 서로 주고 받는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멘티들의 실력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코드로부터 느끼는 게 많을 방식이었어요.
저는 단언컨데 나머지 2명보다 실력이 부족했어요. 다른 멘티들의 코드에서 정말 많이 느끼는 게 많았거든요. 두 사람은 개발 경험이나 경력도 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었고, 현업에서 에러 처리나 고급 구조에 대한 경험들도 더 많은 사람들이라 이번 과제를 아주 우아하게 처리했어요. 저는 끙끙댔는데 말이죠. 저는 멘토님과 두 멘티들의 생각, 코드를 통해 제 코드에는 없는 좋은 점들이라던지 철학들을 더 배우고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지식과 함께, 사색하는 시간
멘토링은 공식적으로 4주, 주 1시간씩 총 4시간 진행으로 예정되어 있었어요. 저희 팀 같은 경우엔 멘토님께서 조금씩 더 시간을 내주셔서 1.5시간에서 2시간정도는 한 것 같은데 이 마저도 새로운 지식을 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에요. 그래서 멘토님께서는 이 시간을 단순히 프론트 개발적인 스킬이나 지식을 전하는 시간이 되는 것보다는, 더 넓은 시야에서 앞으로의 커리어와 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 철학이나 사색거리를 심어주시려고 하셨어요.
실제로 저는 멘토링 이후에도 이 가치들을 더 생각해보며 현업에서 조금 더 현실에 타협하기보다는 좋은 코드와 구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트리거가 되었으니, 저에게는 좋게 작용한 접근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잘 성장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생각의 씨앗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같은 코드, 다른 구현과 비교
4주의 커리큘럼은 사전 과제 때 받은 작은 규모의 과제를 더 다듬고 코드를 얹으며 진행되었어요. 그래서 멘티들끼리 모두 같은 코드와 구현 요구사항을 가지다보니, 각자 구현한 방식이 모두 다른 점에서 자신의 코드를 되돌아보며 비교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특징이었어요. 다만 워낙 구현 범위가 넓지 않다보니 주차가 지나면서 어떻게 더 개선하고 다듬어야 할 지 막막한 것도 있더라고요.
토스에 대하여
오프라인의 기회, 놓칠 수 없어요
첫 모임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어요. 모집 절차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다보니 지방에서 합격을 하게 되면 오프라인 참여가 힘들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저희 멘토링 그룹은 판교에 재직, 야탑에서 거주하는 제가 가장 멀었고, 나머지 두 멘티는 역삼에서 거주하거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토스 본사(역삼)에서 오프라인 미팅을 하는 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첫 멘토링 세션 때 다음 모임의 온/오프 여부를 결정할 때 흔쾌히 오프라인 모임으로 결정이 되었고, 이후 남은 3번의 멘토링은 모두 함께 저녁을 먹고 토스 회의실로 가서 멘토링을 했어요.


멘토님께서 토스 카드로 저녁도 사주셔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멘토링 외적인 스몰톡도 하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특히 마지막 멘토링은 광복절에 요일이 끼어있어서 요일을 저희가 정했는데, 4주동안 짧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야 했던 게 아쉬워서 토요일 낮에 만나서 멘토링을 하고 멘토링을 마치는 상황 속에서 멘토님과의 1on1 소통도 이어졌어요. 낮에 가는 건 처음이어서 창 밖도 들여다보고 이제는 올 기회가 없을 토스 사무실의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았어요.
역시나 철저한 보안
금융 회사이다보니 보안적인 면에서 정말 철저했어요. 멘토님께서도 사무실 내부에서는 카메라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하셨고, 그래서 사무실 내의 풍경은 눈에만 담고 왔어요. 1층에는 사원증을 찍어야 통과할 수 있는 게이트가 있었어요. 납득이 가는 철저한 보안이었고, 폐가 되지 않기 위해 내부의 사진을 건져오지는 못했네요ㅎㅎ
사무실의 모습
저도 회사를 다니다보니 우리 회사랑은 이런 게 다르구나.. 하는 것들에 눈길이 가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모습은 음료나 식사류를 보관하는 영업용 냉장고가 있었고, 물이나 음료 종류가 상당히 다양했다는 점, 그리고 저희 회사는 모두 캔인데 토스는 PET 종류가 많았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그리고 과자 종류도 봉지 과자나 캔 안에 있는 과자들도 많아서 부러웠고 신기했고, 회의실이 굉장히 많고 깔끔하다는 점이 기억에 남네요.
가장 큰 충격으로는 화장실이랑 구분되는 세면실..? 같은 개념이 있어서 칫솔살균기가 있어서 구성원들이 함께 칫솔을 모아서 살균을 하기도 하고, 손님용 가글이나 1회용 칫솔 같은 것도 있어서 품위 유지에 진심이구나 하는 것들이 큰 차이로 다가왔어요.
1on1 소통
저에게는 정말 많은 가르침과 인사이트가 되었던 시간이라 이 글을 함께 읽고 누군가 같이 느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부끄러운 실력
-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점이 큰 강점으로 보인다.
- 메타인지를 높이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 주변이 잘하는 걸 보며 좋은 자극으로 삼을 수 있다면 좋다.
- 다만 자기비판과 자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 남에게 관대하고 나에게 각박하게 대하지 마라. 나를 보다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라.
'무엇'에 집중하라
- 어떤 방향성으로 성장하고 싶다던지
- 어떤 걸 기록하고 어떤 거에 초점을 맞출지 명확히 하라.
-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 기록하고 돌아보며 성장했는지 확인하라.
- 만약 성장하지 못했다면 왜 못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판단하라.
'왜'에도 집중하라
- 기술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주는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하라.
- 예를 들면 객체지향을 무조건 쓰는 게 아니라, 객체 지향이 가지는 가치와 정신, 철학이 무엇인지 생각해봐라.
B2B와 개발 퀄리티
- 토스도 마찬가지다. PO/PM은 기술적인 부분엔 관심이 없고 프로젝트 일정에만 신경을 쓴다.
- 다만 토스 개발자들은 더 나은 코드를 위해 별도로 시간을 내든 체화를 해서든 절차로서 꼭 해낸다.
- 노력이 필요하지만 언젠가 빛을 본다.
멘토링 후기
얻은 것
- 부족하지만 안주했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
- 관심사와 특성에 따라 잘 구분하고 합치며 재사용 가능한 좋은 구조의 코드
- 우아하게 비동기 처리하기 : Suspense를 잘 활용하는 방법
- 성격에 따라 구분된 Error와 별도로 처리하는 방법
- 중첩된 ErrorBoundary를 우아하게 처리하는 방법
- 동기/비동기와 블로킹/논블로킹의 차이
- 단순히 되는 코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고려했을 때 더 나은 코드를 작성할 용기와 필요성
- 작성한 코드에 대해 의도를 설명할 수 있는 나만의 기준
- Pull Request에 주고 받는 피드백과 멘토링 진행 과정에서 얻었던 개발 스킬들
느낀 점
왜 이런 시간을 내셨나요
토스 프론트엔드 리드급 개발자분들께서 현업만으로도 너무 바쁘실텐데 시간을 내셔서 이런 프로그램을 내고 진행하신 이유가 궁금했어요. 멘토님께서는 토스가 개발 생태계에 보다 더 긍정적인 영향력을 남기고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하셨어요. 역시 이런 선한 영향력과 가치들이 모여 지금의 토스가 개발 커뮤니티에서 튼튼한 입지를 다지게 되었을 것도 같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반대로, 이런 가치를 개발 그라운드에 남기며 공유하는 가치에 공감하고 의지를 다져 토스에 합류하고자 하는 실력 있는 인재들이 있을 거에요. 토스가 인재를 끌어들이는 한 가지 전략으로써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아직 실력자는 아니지만 더 실력을 다져 토스, 혹은 어디서라도 이렇게 좋은 영향력을 남기고 싶다고 느꼈어요. 그 이전에 더 실력을 쌓기 위한 고민 포인트와 개발 기준들을 더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고요.
멘토링은 의미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제 개발자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토스와 멘토님들께서 세상에 새기고자 했던 가치가 잘 심어진 것 같다고 느껴요.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2기, 3기로 이어지고 더 잘 다듬어져서 더 많은 개발자들이 이런 진실된 가치들을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오프더레코드
부족했던 자기객관화
멘토링 때 멘토링 지원에 대한 스몰톡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멘토님께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전국의 저연차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긴 했으나 많아봐야 500명 정도를 예상했다고. 그런데 예상을 깨고 예상 지원 인원의 3배인 1,500명이 지원해서 멘토님들도 놀라셨다고 해요. 그렇다면 1,500:15, 100:1의 경쟁률로 계산이 되더라고요. 제가 정말 엄청난 기회를 잡았구나 싶으면서도 멘토님들의 계산이 너무 틀려서 웃기기도 했어요🤣🤣
이렇게 칼같이 내치다니
멘토링은 별도의 Slack 채널에 초대되어 스레드를 파며 일정과 멘토링 관련 소통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멘토링을 마치고 오래되지 않아, 이제 멘토링 채널이 아카이빙이 되며 저희는 READ 권한까지 모두 잃고 추방된다는 통보와 함께 더이상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어요. 일을 칼같이 처리한다는 느낌을 줌과 동시에 조금 차갑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필요한 거니까 뭐 이해하기로 했어요.
다만 이렇게 뒤늦게 회고를 작성하면서 아쉬운 건, 채널에 귀속된 멘토님과의 DM까지 확인이 어렵다는 거에요. 당시에도 회고 포스트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제가 회고를 꽤나 디테일하게 쓰는 편이라 보안적인 부분에 대해 문의를 드린 게 있었거든요. 멘토링 지원과정부터 진행과정까지 모두 말이죠. 그래서 운영측 입장으로는 진행 내용에 대한 너무 세부적인 것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전하셨고, 당연히 주관적인 기준이겠지만 어느 정도 자유를 보장받아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토스 운영측 분들이 보시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제 글이 혹시나 문제가 된다면 언제든 댓글이나 연락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