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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다스인 퇴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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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다스인 퇴사 후기

    2년 2개월 간의 마이다스 생활을 돌이켜보며

    • 25.03.01 작성

    • 25.03.09 수정

    • 읽는 데 45

    TOC

    요약

    글이 길어져서 중요 내용만 요약해보겠습니다.

    태도에 대하여

    • 내 사람으로 만들려면 마음을 사라
    •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라
    • 적을 만들지 말라

    능력에 대하여

    • 리더십은 성공에서 나온다
    • 기회는 증명에서 나온다
    • 비판적으로 생각하라

    이직에 대하여

    • 퇴사는 신중하라
    • 기존의 문화를 존중하라
    • 익숙함에 의문을 품어라
    •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라
    • 신입의 열정을 가져라
    • 경력직의 노련함을 증명하라

    들어가며

    이직

    제 첫 번째 회사인 마이다스인에서 26개월간의 회사 생활을 마치고 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말 보잘 것 없는 풋내기를 받아주고 어엿한 주니어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해준 팀과 동료들이 눈에 밟힙니다. 그래서 2년을 갓 넘은 짧은 시간 동안 제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 교훈들과 감정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남을 위한 글과 나를 위한 글

    저는 원래 '나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목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써왔는데요, 올해 들어 글또에 들어가 글을 열심히 쓰고 있기도 하고, 포스팅을 링크드인에도 공유하며 제 글을 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남을 위한 글'을 쓰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고글은 제 회사 생활 주마등을 돌아보며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정리하기를 놓칠 수 없네요. 저한테도 너무 소중한 2년이었거든요. 대신 글의 영역을 확실히 분리해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시작해볼게요.

    주마등

    나를 위한 글

    먼저 저를 위한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궁금하지 않으신 분들은 경험과 가치로 넘어가주세요.

    취업은 운칠기삼

    SSAFY를 1년을 했는데, 2학기 3번의 프로젝트 동안 React를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프론트엔드 스터디에서 개인적으로 학습했던 React가 다였고, 깊이도 얕았다. 회사에 입사했는데 사수에게 함수를 컴포넌트로 넘길 때 타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이런 기본도 모르는 실력으로 어찌저찌 입사를 했다.

    입사 과정은 행운의 연속이었다. 회사 사정상 회사 채용 프로세스의 역량검사 등급이 높은 핵심 인재풀에서 사람들을 뽑았다는 사실은 입사 후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역량등급 S등급, 상위 1%를 받았다.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지도, 준비를 엄청나게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그 비결은 모르겠다. 다만 운이 좋았다고만 하겠다.

    화상면접을 보는데 사람들이 많았다. 나 포함 7명, 8명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다 면접관이었다. 규정상 1개 팀만 면접을 보는데, 2개 팀이 나와의 면접을 원해서 모두 들어왔다고 입사 후에 전해 들었다. 면접 이후 2개 팀 모두 나를 뽑고 싶어했고, 주제 넘게 2개 팀의 각 팀장님들과 커피챗을 한 뒤, 한 팀을 골라 입사를 하게 되었다. 아직도 왜 나를 원했는지 모르겠다. 개발 진짜 못 했는데. 그저, 운이 좋았다고만 하겠다. (자세한 내용은 마이다스인 합격 후기를 참고)

    행복한 회사생활

    입사하고 너무 행복했다. SSAFY 내내 빠른 템포로 프로젝트에 인생을 부었고, 잠 못 자고 힘들지만 그토록 좋아하던 개발하는 낙으로 버텨왔는데, 이제는 개발하는 낙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됐다. 밥도 맛있고 사람들의 인품도 너무 좋았다. SSAFY에서는 잘 하지도 못하는 디자인을 겸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입사하니 너무 예쁘고 체계적인 디자이너의 디자인 시안을 기반으로 따라하기만 해도 멋진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개발 산출물이 실제로 누군가 사용하고 피드백이 오가는 서비스가 된다는 것이 기뻤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월급을 받아도 되는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개발을 하고, 선배들의 이슈를 가져와 쳐내기도 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었다. 덕업일치의 삶을 즐겼다.

    후배를 대하는 마음

    나는 1월 입사인데, 5월 말에 후배 기수가 입사를 해 우리 팀에 배치가 된다고 한다. 내 입사 때는 서비스나 도메인에 대한 온보딩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개발을 하면서 늦게나마 파악을 했는데, 그런 점들이 사뭇 아쉬워 다음 기수분들이 합류하실 때는 미리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기본이 되는 git flow 설명 문서도 작성했고, 별도로 서비스 전체 플로우를 맛볼 수 있는 온보딩 과제도 동기와 함께 설계했다.

    5개월 차의 나는 분명 처음보다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못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먼저 발을 디딘 사람으로서 후배에게 든든한 동료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아예 2년 정도는 막내 기수를 하며 준비하고 싶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부족한 내 실력으로라도 최선을 다했다. (알고 보니 나보다 더 개발 경험도 많고 실력도 좋은 형님들이었다.)

    변화에 의연해지다

    회사는 조직 이동이 잦았다. 다른 팀도 이리 쪼개지고 저리 붙고 하는 혼돈의 상황 속에서, 내가 의지하는 팀 선배들이 자꾸 어디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행복 요소에 '좋은 사람'이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그 불안정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결국 프론트 팀, 백엔드 팀이던 기존 체계에서 목적 중심(프로젝트별)으로 구분됐고, 나는 채용사이트 빌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찢어지게 됐다. 입사 때부터 서로 의지하던 동기와 갈라지게 됐다. (몇 개월 안 가 다시 만난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에 혼란을 느꼈지만, 선배들은 의연했다. 그리고 나도 의연해졌다. 결국 돌고돌아 다시 만난다는 생각이 자라게 됐다. (실제로 그랬다.)

    지속되는 성장감

    목적 조직으로 변경되기 이전부터 이후까지 계속 바쁘게 주요한 업무들을 담당해왔고, 모르는 영역들을 꾸준히 발견하고 지식과 경험을 익혔다. 프로젝트를 내보내고 나서 신규 프로젝트를 맡으면서도 기존 프로젝트에 대한 유지보수를 계속 진행해왔는데, 이전의 짠 코드들을 보수하러 다시 돌아가면 그때마다 냄새가 나는 코드들을 발견하곤 했다. 그만큼 내 실력이 성장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성장했다고 많이 느낀다. 이전에는 많이 어려웠던 구현이나 접근이 이제는 자연스럽다.

    외부 활동

    2023년 입사 후 1년은 회사 개발을 따라가기 바빴다. 주변에서 동아리를 하자, 스터디를 하자, 많은 제안을 해도 본업에 충실하고 싶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함이 느껴졌으니까. 그런데 2024년, 회사와 개발에 충분히 적응했고, 외부 활동을 하면서 더 색다른 경험들을 하고 싶어졌다.

    프론트엔드 책 스터디에 들어가 책도 여러 권 읽었고, 블로그에 정리도 했다. 정션 아시아2024 해커톤에 서포터즈로 참여도 해보고, 토스에서 멘토링을 한다길래 지원해 전국 15명 안에 뽑혀서 1달간 멘토링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름만 들어본 IT 글쓰기 동아리 글또에도 합격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도전을 했다. 취업 멘토링을 해주기도 하고, 외주 개발도 했다. 세미나에 참여도 하고, 2025년에는 링크드인도 시작했다. 2023년의 나는 회사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런 회사 외적인 것들은 회사 생활에 대한 회피와 이중생활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2024년을 보내고 돌아 보니, 오히려 회사 생활과 개발 실력에 부스터를 달아준 일이었다고 여긴다.

    경험과 가치

    남을 위한 글
    저에게 교훈으로 남은 가치들, 그리고 이를 만들어준 경험을 적어볼게요.

    내 사람으로 만드려면 마음을 사라

    위에서 2개 팀 중 한 팀을 선택할 때, 아니 그에 앞서 마이다스라는 회사를 선택할 때의 일입니다. 사실 본격적인 취준을 시작하기 전에 합격을 눈앞에 두었다 보니 더 도전해 더 좋은 회사를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마이다스, 그리고 ATS팀을 선택했던 데에는 당시 ATS팀장님께서 마음을 열어주셨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섬세하게 저를 위해 준비해주신 정성이 저에겐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마이다스인 합격 후기 - 대망의 팀 선택

    ...
    일단 가장 먼저, 저를 정말 많이 생각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신 준비 자료였습니다. 내가 팀을 위해 잘 보이는 자리가 아니라, 팀이 나를 뽑기 위해 팀을 잘 소개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았고, 그 세심한 배려와 노력, 준비가 돋보였던 팀이었습니다.

    특히 제 포트폴리오의 인삿말과 제 슬로건을 정리해 팀의 인재상과 대비해 어떤 부분들이 팀의 인재상과 잘 맞았는지 정리해주셨고, 프린트의 파일명, 내부에 내용 모두 저 한 사람만을 위한 것처럼 준비해주셔서 이렇게 해주셨는데 거절하기에 죄송할... 정도의 준비를 해오셨습니다. 더군다나 팀장님 본인의 명함을 끼워서 L자 파일에 넣어주시는 비즈니스 매너까지 너무나 좋은 인상을 남겨주셨습니다.

    이 자료 외에도 태블릿에 따로 팀에 대한 어필, 그리고 리더 개발자로서 개발자 팀원들의 성장과 본인 스스로의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등 커피챗이 아닌, 소위 멘토링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고, 이 과정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좋은 감상과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커피챗을 마치고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 팀에 와야겠다. 저 사람 밑에서 일을 하고 싶다. 라고 말이죠. 며칠 고민하고 답을 달라던 채용 담당자님께 회사를 나오면서 전화를 걸어 ATS 팀을 선택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물론 이 경험과 교훈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긍정적 감정이 긍정적인 이성적 대화와 결정으로 연결된다는 것(마음 열기)은 누구에게나 명확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적을 만들지 말라

    J팀장님과의 이야기

    회사생활이 아이러니합니다. 앞선 2개 팀에서 ATS팀을 선택했을 때, 나머지 한 팀이 개발자 검사 및 관리를 담당하는 PHS팀이었는데, 이 PHS팀장님(이하 J팀장님)께서 조직 변경 후 저희 팀장님이 되셨습니다. 사람인 이상, 나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반감이 생길 수도 있겠죠. 저희 J팀장님도 내심 섭섭한 마음이 있으셨다고 해요.

    그런데 이미 그런 감정은 팀원이 되기 한참 전에 털어냈습니다. ATS에서 일할 때 저의 첫 업무가 PHS팀과의 협업이라 그때 J팀장님과 안면을 트고 서먹한 관계를 풀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조직 변경 후 묵은 감정이 좀 있으셨을 텐데 다행입니다.

    결론적으로는 J팀장님과는 좋은 관계가 되었고, 제가 입사를 결정하게 된 ATS K팀장님보다도 제 회사 생활과 개인적인 의식 향상에 정말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 되셨습니다. 개인 면담에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새겨두고 싶은 나의 리더 피드백이라는 포스팅으로 별도로 정리하기도 했고, 인간적으로나 개발자로서나, 상사로서나 배울 점이 많은 분입니다. 퇴사 면담 때도 도움이 되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

    이건 사람마다 성향이 다를 수 있는데, 저는 저의 행복을 주변 사람으로부터 많이 찾는 편이에요. 주변인들이 저를 인정해주고 좋아해줄 때 저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회사 생활 동안 열심히 일해왔고, 그 노력들이 제 나쁜 성격이나 인품으로 인해 깎아내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해왔어요. 그리고 유종의 미를 잘 거둘 수 있게 되었어요.

    퇴사를 팀에 선언할 때, 많은 분들이 정말 아쉬워 하셨어요. 어떤 기획자는 내 원탑 개발자가 나간다면서 아쉬워하면서도 축복을 빌어주셨고, 저에게 많은 귀감이 되었던 동료 개발자도 저처럼 잘 맞는 개발자가 없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해주셨어요. 저로서도 너무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저에 대해 돌이켜봤을 때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기고 떠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결론

    IT업계는 좁습니다. 서로 회사에 끌어주고 밀어주는 문화도 강하고 돌고돌아 다시 만나기도 합니다. 적을 만들면 그 고리가 끊어질 수도 있겠죠. 저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데, 이런 마음이 제 커리어에도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선순환이네요. 앞으로도 이런 마음을 잘 유지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리더십은 성과에서 나온다

    폭주형 리더십

    위에서 언급된 J팀장님께서는 엄청난 열정과 속도로 팀을 이끄시는 폭주기관차 스타일 리더이십니다. 물론 능력과 통찰이 뒷받침 되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거침 없는 의사결정과 결과주의적인 조직 운영 철학, 그리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팀 전체적으로 말도 안 되는 성과를 만들어내십니다. 회사에서 전사급 수상을 여러 차례 받으신 손에 꼽는 능력자이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과정이 구성원들에게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열심히 갈아내야 합니다.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지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로 격려하고 결국 해냅니다. 끝내 팀은 성공합니다.

    팀원들에게 확신을 주는 리더십

    팀원들, 그리고 내가 힘들어도 힘을 내고 달려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가장 큰 것은 사용자에게 정말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확신과 보람이라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회사에 있다 보면 방향성에 의해 일이 엎어지기도 하고, 부정당하기도 합니다. 내가 열의를 다했던 일이 폐기되면 의욕이 꺾이죠. 하지만 J팀장님은 확고한 통찰과 팀 외부 조정을 바탕으로 팀원들에게 가치 있는 일만 할 수 있게 상황을 조성하셨습니다. 상부에서 내려오는 풍파는 본인이 다 때려맞고 팀원들은 현실적인 목표만 바라볼 수 있게 노력하셨습니다. 이게 힘들어도 서로 의지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성과보다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성과의 면에서 볼 때는 어떨까요? 역시 폭발적인 성과였습니다. J팀장님과 함께 하며 맡았던 모든 일에서 고객 반응과 매출이 좋게 나왔습니다. 채용사이트 빌더부터 지원서 리뉴얼, 그리고 진행중이라 공개할 수 없는 프로젝트까지요. 물론 팀장님 개인의 리딩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방향성을 잡고 리소스를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이 부분은 분명한 성과입니다.

    나의 리더십을 돌아보며

    저는 그 동안 리더를 할 때에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며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이 더뎌지고, 누군가는 불만을 가지게 됐죠. 어쩌면 이는 리더로서의 결정에 대한 책임 전가 또는 책임 회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빠른 의사결정과 진행을 위해서는 능력 있는 리더의 엘리트 경영이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리더의 운영방식에 대해서 무차별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고 팔로워들의 팔로워십도 이끌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방식이 완전히 맞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배울 점은 배우고, 보완할 점은 다듬어 나의 철학을 만들기 위한 경험 정리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회는 증명에서 나온다

    J팀장님이 정말 애정하시는 백엔드 개발자 W님의 이야기입니다. 팀장님과의 한 대화에서 W님이 언급되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W는 다 해낸다. 못 할 것 같은 것도 해낸다. 처음에는 작은 일을 맡겼다. 그런데 금방 잘 해왔다. 그래서 조금 더 큰 일을 줬다. 그런데도 해왔다.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한 일을 줬다. 그런데도 해왔다. 그래서 조직이 안고 있는 어려운 미션을 줬다. 못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해왔다. 리더에게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뭘 맡겨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팀장님과의 개인 면담 中

    사실 W님은 모든 리더와 맞는 인간상은 아닙니다. 그렇게 순종적인 성향도 아니고요. 그런데 저희 J팀장님과는 대단한 라포를 형성했습니다. J팀장님은 W님을 신뢰했고, W님은 증명했고 인정 받았습니다. 그 선순환이 주는 시너지는 대단했습니다. 말 그대로 정말 어려운 미션이었던 조직의 오랜 염증을 해결했죠.

    저는 여기서 큰 기회는 작은 기회와 증명이 낳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도 일의 경중과 가치를 따지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고 증명하고자 합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라

    위의 W님에 대한 이야기는 제 과거의 일 때문에 언급되었던 좋은 반례였어요. 부끄럽지만 한껏 부정적이었던 시기가 잠시 있었습니다. React만 사용하던 제가 jQuery를 사용하는 팀의 레거시 프로젝트 작업을 잠시 도울 때의 일입니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설치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백엔드와 통합되어 있는 코드, HMR 없이 새로고침해야 화면에 반영되는 개발 환경, 그마저도 제때 되지 않는 코드 반영과 일주일 넘게 걸린 환경 세팅, 동작이 이해가 안 되는 jQuery와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자체 라이브러리 등... 개발자로서 처음 경험해본 것들이었고, 2주 동안 초라한 산출물을 냈습니다. React로는 이틀도 안 걸렸을 일이 말이죠.

    저는 이 2주 동안 온갖 불평을 쏟아냈고, 물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였던 팀장님께서는 이런 제 태도에 우려를 하셨던 겁니다. 어려운 일인 걸 알고 잘 해내면 인정해주려 했는데, 제 부정적 태도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들었죠. 저는 잠시지만 이를 본업으로 삼고 있는 다른 팀원들에게도 부정을 미칠까 걱정했다면서요. 그 말씀을 듣고 부끄러웠습니다. 너무 어리고 좁은 시각이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저에게 따끔한 가르침이 되었어요. 업무에 귀천은 없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은 힘들지만, 힘든 만큼 나를 성장시키고 시야를 넓게 만들더라고요. 그때의 2주 동안 저는 jQuery의 사용법과 레거시 프로젝트의 동작 방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jQuery 동작으로부터 React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알게 되었고, DOM과 V-DOM, 렌더링 방식에 대해 공부를 하는 배움의 기회로 저에게 남았습니다. 더불어 레거시 프로젝트 개발 팀원들의 고충을 피부로 경험하며 공감하게 되었죠.

    앞으로는 어떤 힘든 일이 있다면, 나를 시험하고 강하게 만드는 잠깐의 채찍질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적응하지 말고 비판하라

    불편함에 맞서는 사람들

    저희 팀 후배 기수 2분 중 조직 변경 후에도 저와 함께 일을 한 P님의 이야기예요. 입사 때부터 P님은 의문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관습적으로 이어져오던 불편함, 어쩌면 악습에 대해 그저 받아들이고 적응한 게 아니라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안했습니다. 어떤 때는 강한 불만을 품고 의견을 표출했죠.

    개인의 성향이겠거니 생각하면서도 어떤 때는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히스토리와 이유가 있는데 모든 것에 의문과 불만을 품으면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문과 불만들로부터 기존의 관습이 깨져나가고, 점차 개발 문화나 방식이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내가 잘못 생각했고, 불편함에 의문과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변화를 이끌어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불편함에 적응해버린 나

    입사 초 제가 저의 사수에게 이거는 왜 이러고, 저거는 왜 저러냐고 여쭸을 때, 사수는 그래야 했던 히스토리나 배경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당연히 이유가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이 문제임을 알면서도 리소스 부족에 의해, 혹은 구조가 굳어져서 더 건드리기 어려웠습니다. 더 무서운 것은 "처음부터 그랬다." 였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거기에 수긍하고 적응해버렸습니다. 불편함에 몸을 맞춘 거죠.

    나는 왜 적응하고 말았는가

    나는 왜 그저 적응하고 말았나 생각해보면 저는 경험도, 실력도 없었습니다. 회사가 제 성장 생태계의 전부였고, 그게 저의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세상이 아니라 우물이었던 거죠. 저는 그저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어쩔 수 없다며 좁은 우물을 뛰고 있는 무력한 개구리.

    현실을 점차 깨닫기 시작한 순간부터 회사 외부 활동들을 많이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회사의 다른 개발자들은 전혀 다른 개발 환경 속에서 전혀 다른 지식들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들의 경험과 관점, 실력을 흡수했고, 좋은 부분들은 회사에 적용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으로 이어지니 짜릿하기까지 했습니다.

    비판적 시각과 교훈

    저는 이 경험으로 개발에서의 의사결정에서 나의 경험과 지식, 철학을 바탕으로 결정하는 일에 보다 더 신중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은 정답이 없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생각에서, 더 나은 방향과 방식, 어쩌면 정답이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불편함에 적응하지 않고 '이걸 왜 하는거지?'하는 의문을 품어보려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노력과 실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각으로 긍정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통찰력을, 그리고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실력을 더 다지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비판적 시각과 관련된 아티클

    링크드인에서 비판적 시각에 대한 글을 봤는데, 이 토픽과 관련해 울림이 있어서 추가해보았습니다.

    비판적 시각에 대한 글

    퇴사를 겪으며 느낀점

    이직, 퇴사를 생각하는 분들께 드리는 이야기 사람마다 상황과 성향이 다르니 누군가의 경험과 감정으로 생각해주세요.

    수십 명과의 이별

    저는 사람들에게 정을 많이 붙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정을 주던 누군가가 퇴사를 한다고 할 때도 많이 아쉽게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이별인거죠. 그런데 저는 저의 퇴사에 대해서 이런 감정적인 부분을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퇴사를 팀장님, 주변 동료들에게 한 명 한 명 이야기할 때마다, 저는 그 사람들과 이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퇴사를 이야기하기 전날부터 정말 마음고생도 심하고, 표정이 어두웠죠. 내 커리어나 상황에 대한 장기적인 측면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라면 좋은 일이지만, 당장 회사에서의 생사를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생이별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각오해야 한다는 건 꼭 기억하세요.

    마음 고생이라는 키워드에서 웃긴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퇴사를 결정하고 이야기를 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팀장님께서 제 표정이 어두워서 이직하냐고 농담으로 던진 것에 반응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이 없게 들키고 모양 빠지게 퇴사를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다시 생각해도 조금 어이가 없습니다.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마음고생이 너무 심해서, 좀 더 신중하게 고민했어야 했나 싶었습니다. 오죽하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직을 안 했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이고, 제 선택인 걸 어쩌겠습니까. 다만, 아직 퇴사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그 후회가 어떤 이유에서든 퇴사를 하겠다는 말을 뱉은 순간 되돌아가긴 힘드니 신중하시길 바랍니다.

    퇴사를 결정할 때 고려사항

    저희 팀 20년차 디자이너분께서 해주신 조언입니다. 퇴사를 할 때에는 연봉이 확 오르든지, 내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든지, 혹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든지 등등 내가 취할 것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 게 좋다는 겁니다. 맞는 말이고, 당연한 말입니다.

    저는 지금 회사에서는 적지 않은 금전적 보상과 개발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 만큼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이동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음 회사를 내가 왜 가야 할까? 생각을 해봤을 때, 이동하는 회사에서 경험하게 될 일과 경험이 제가 장기적으로 그리는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첫 회사를 빨리 떠나 다른 환경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떤 회사를 가든 이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다짐

    첫 회사를 떠나며, 다음 회사를 경험하기 전 마음가짐을 정리해봤어요.

    기존의 것을 존중하기

    • 회사는 회사원들의 세상이다. 나라마다 문화가 천차만별이듯이 회사마다 문화도 다르다.
    • 나는 이랬는데, 여기는 왜 이래? 라고 생각하지 말자. 대부분은 보통 배경과 이유가 있다.
    • 다만 모두가 이유를 모른 채 구식을 유지한다면, 제안하고 설득하고 바꾸자.
    • 이유가 있었더라도 지금은 더 좋게 바꿀 수 있다면, 제안하고 설득하고 바꾸자.

    익숙함에 의문을 품기

    •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움직이는 관성에 대해 의문을 품자.
    •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으니까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 관성을 벗자.
    • 당연함은 사실 당연하지 않았을 수 있다.
    • 최적의, 더 나은 방향이 없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해보자.

    긍정적인 마음 유지하기

    • 다음 회사는 100% 상위호환이 아니다.
    • 그런 만큼 일부분은 이전 회사의 장점에 비교되는 상황이 분명히 생길 것이다.
    •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좋은 모습들을 볼 수 있도록 하자.
    • 내가 선택한 일이고, 결정이다. 좋은 것을 더 좋게 여기자.

    신입의 열정을 가지기

    • 지금의 회사에서는 2년을 있었지만, 다음 회사에서 나는 신입이다.
    • 내가 경험했던 것에 비교하지 말고, 새롭게 받아들이고 수용하자.
    • 새로운 환경에서는 이전에 되던 것도 안 되고, 안 되던 것도 된다.
    •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지 말고, 어렵더라도 부딪혀보자.

    경력직의 노련함을 증명하기

    • 나를 뽑아준 사람들에게 열정과 능력을 증명하자.
    •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신뢰와 기대에 보답하자.
    • 경험했던 좋은 문화들을 제안하고 문화를 만들어가자.

    마치며

    글을 쓰는 중에도 시원섭섭합니다. 솔직히 아직은 섭섭함이 더 큽니다. 정 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짐이 참 쉬운 일이 아니네요. 그래도 후회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다음 회사에서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겠습니다. 개발적으로도 새롭고 다양한 것에 도전하고 개선하며 실력 있는 개발자로서 성장할 겁니다. 멋진 커리어를 쌓아가겠다고 의지를 다지며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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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 Developer 박승훈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